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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테크 & 보조금 정보

분산에너지법 대응 전략 리포트 - 충청북도 보은군 적용 편 -

보은군, 전기를 받아쓰는 동네에서 만들어 쓰는 동네로

 

보은군을 처음 에너지 사업 관점에서 들여다봤을 때 솔직히 좀 답답했다. 면적은 584km²인데 인구가 3만 명도 안 된다.

대형 발전소는 하나도 없고, 청주·대전 쪽 154kV 변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구조다.

 

한마디로 전기를 100% 외부에서 받아쓰는 동네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평소엔 수요가 적으니 괜찮다. 근데 속리산 관광 성수기가 오거나 여름 농업 성수기에 냉방·건조기가 한꺼번에 돌아가면 피크 수요가 확 몰린다. 계통 말단 지역 특유의 선로 임피던스 문제까지 겹치면 전압이 불안정해지고 예비력이 부족해진다. 반복적으로 생기는 일이다. 구조 자체가 취약하다. 

 

그런데 지형을 바꿔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4년 보은군 및 한국전력공사 자료를 기반으로 만든 시각화 자료입니다.

 

보은이 가진 것들

보은분지는 충청권 내륙치고 안개 일수가 적다.

봄·가을에 태양광 발전 최적 조건이 만들어진다.

면적의 70%가 산림이고 대추·사과·한우 특산지다 보니 농업 부산물이 풍부하다. 볏짚, 과수 전지목, 축분. 바이오가스 원료로 쓰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보청천·달천 상류 수계도 있다. 소수력 발전이 가능한 낙차 구간이 있고, 농업용 저수지도 활용 가능하다.

속리산과 법주사로 연간 수십만 명이 들어온다. 성수기 전력 피크를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뒤집으면 에너지 관광 콘텐츠로 묶을 수 있는 기회다. 그린 투어리즘이라는 말이 허황된 게 아니라,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맥락이 있다.

 

취약점이 곧 기회인 구조다.

 

전기를 외부에서 가져와야 한다는 게 지금의 문제지만, 분산에너지법이 이걸 바꿀 제도적 틀을 만들어줬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현장에서 보면 에너지 사업 얘기를 꺼내면 다들 태양광부터 떠올린다. 맞는 말이긴 한데, 태양광만 깔아놓으면 야간이나 흐린 날에 구멍이 생긴다.

그래서 첫 번째로 같이 가야 하는 게 축분 바이오가스 발전이다.

보은군 한우·돼지 농가는 바이오가스 원료의 안정적 공급처다. 200~500kW급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영농형 태양광과 함께 구축하면 낮엔 태양광, 밤엔 바이오가스로 24시간 기저전력이 돌아간다. 이 조합이 예비전력 부족 문제를 풀 가장 현실적인 첫 수다.

여기에 ESS를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보은 변전소 인근과 속리산 관광단지 쪽에 MW급 ESS를 세우고, 심야에 충전해뒀다가 성수기 피크 때 방전하는 방식이다. 분산에너지법에서 LMP(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도입되면 계통 취약 지역인 보은군은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을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 시점에 ESS 차익 거래 수익도 붙는다.

 

 

속리산을 따로 떼어내는 발상

성수기 피크를 아예 계통에서 분리해버리는 방법도 있다.

속리산 법주사 일대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규제 샌드박스)으로 지정 신청하고, 관광단지 내 숙박·음식점·주차장에 태양광과 ESS를 붙여서 한전 계통과 별개로 돌아가는 마이크로그리드를 만드는 것이다.

성수기 수요를 계통에서 끊어내면 군 전체 예비력이 자동으로 좋아진다. 에너지 자립 관광단지라는 콘텐츠도 생긴다. 단순히 전력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지역 브랜드로 쓸 수 있다.

 

 

소수력은 조용하지만 가장 믿을 만하다

보청천과 농업용수로에 소수력 발전기(50~200kW급)를 단계적으로 심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태양광과 바이오가스가 기후와 원료 수급에 영향을 받는 반면, 소수력은 날씨와 무관하게 연중 꾸준히 돌아간다.

계통 취약 지역에서 예비력 보강 수단으로 신뢰성이 가장 높은 선택지다. 초기 투자 이후에 유지비가 거의 안 든다는 것도 장기적으로 군 재정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마지막 단계, 다 묶어서 하나처럼

태양광, 바이오가스, 소수력, ESS가 각자 돌아가고 있으면 그게 분산이지 자립이 아니다.

이걸 AI 기반 VPP 플랫폼으로 하나로 묶어야 한다. 관광객 수, 날씨, 농업 가동 패턴을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자원을 실시간으로 최적 배분하면 계통 안정성이 올라가고, 남는 전력은 한전에 팔아 수익화까지 된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보은군은 전기를 받아쓰는 동네에서 직접 만들어 관리하는 동네로 바뀐다. 수전 전용 지역에서 전력 자립 지역으로. 말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위에서 얘기한 순서대로 하나씩 쌓아가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로가 아니다.

 

 

당장 해야 할 행정 과제 하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신청을 가장 먼저 밀어야 한다. 나머지 사업들은 이 지정이 이뤄졌을 때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을 등에 업고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지자체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제도가 있어도 활용을 못 한다.

보은군이 이 판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려면 지금이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