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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테크 & 보조금 정보

분산에너지법 시대, 상계처리 막힌 지역 사업자들이 알아야 할 것들

얼마 전 충북 보은에서 태양광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설치 전에 설치업체에게 "이 지역 상계처리 됩니다"라는 말을 듣고 진행했는데, 막상 완공하고 나니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거다. 투자금은 이미 나간 상태에서.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한 상황이라고 나한테 하소연을 한다.

 

사실 이게 보은군만의 일이 아니다. 괴산, 영동, 옥천, 단양… 충북 농촌 지역 전반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답은 간단하다. 배전선로가 꽉 찼다.

한전은 2024년 6월 기준으로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하고 신규 접속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한 곳은 호남권이다. 광주·전북·전남에만 345kV 19개소, 154kV 145개소 등 164개 변전소가 지정됐다.

동해안 권역(강원·경북)도 25개가 포함됐다. 출력제어 목표도 3% 이하로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은군은 이 공식 목록에는 없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막힌다. 상위 계통은 여유가 있어 보여도 실제로 연결되는 배전선로가 태양광 집중으로 포화됐기 때문이다. (내 지인은 여기쯤에서 혼선이 발생했을 확률이 크다.)  서류상 여유 있는 계통도 실제 현장 배전선로 상황은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분산에너지법이 바꾸는 것

2024년 6월 14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됐다. 타이밍만 보면 계통 포화 사태와 맞물려 나온 법이다.

핵심 내용은 몇 가지다.

소규모 발전설비를 ICT로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VPP(통합발전소) 제도,

대형 수요시설의 계통 영향평가 의무화,

지역 전기요금제(LMP) 도입 근거 마련,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제도.

조각조각 보면 행정 법령처럼 보이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지역에서 쓰고 거래하는 구조를 법으로 만들겠다." 상계처리가 막힌 사업자 입장에서는 우회로가 생긴 셈이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우회전략 세 가지

 

첫 번째는 ESS 연계 유연접속이다.

정부가 "출력제어를 수용하겠다"는 조건으로 ESS를 연계하면 포화된 계통에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2.3GW 규모의 접속 물량을 열어뒀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봄·가을 낮 시간, 계통에 부하가 몰릴 때 태양광 발전량을 ESS에 저장하고 저녁 피크 때 방전한다.
계통 관리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 접속을 허용한다.

 

수익 구조도 달라진다. 일반 상계처리 기준 100kW 태양광의 연간 수익이 약 1,600만 원 수준이라면, 태양광+ESS 유연접속으로 전환하면 약 4,200만 원까지 올라간다.REC 가중치가 일반 1.0에서 ESS 연계 5.0으로 뛰기 때문이다.

계통이 포화된 지역일수록 오히려 수익이 더 높아지는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두 번째는 VPP를 통한 전력시장 직접 참여다.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얘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다뤘지만, 상계처리 우회 수단으로서 의미가 크다.

해줌, LS일렉트릭 같은 공인 중개사업자와 계약하고, 스마트 인버터로 교체하거나 게이트웨이를 달면 된다.

발전량 예측과 전력시장 제출은 중개사가 대행한다. 예측 오차 6% 이내를 맞추면 kWh당 3~4원의 예측정산금이 추가로 붙는다. SMP, REC 거래 수익까지 합산하면 상계처리보다 수익 구조가 훨씬 다양해진다.

 

 

세 번째는 역송 자체를 안 하는 자가소비 100% 설계다.

한전 계통에 전기를 내보내지 않으면 계통 포화와 상관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스마트팜이나 비닐하우스 운영자라면 냉난방·환기 부하를 주간 발전 시간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설계하면 된다.

100kW 기준으로 연간 전기요금 1,800만~2,200만 원 절감이 가능하고, 전동 농기계 낮 시간 충전까지 묶으면 400만~600만 원이 더 붙는다. 열펌프 히트펌프로 물 가열해서 야간에 쓰는 방식도 보일러 대비 70%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지금 당장은 한 가지만 먼저 하면 된다.

한전 사이버지점이나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recloud.energy.or.kr)에서 예정 부지의 배전선로·변전소 여유용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무료다. 단, 여기서 여유 있다고 나와도 상위 계통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해당 한전 사업소에 직접 확인하는 걸 건너뛰지 마라. 이미 이 단계를 생략했다가 낭패 본 사례를 여러 번 봤다.

6개월~2년 내 신규 사업이라면 처음부터 태양광+ESS 하이브리드로 설계하는 게 맞다. 초기 투자비는 늘어나지만 REC 수익을 반영하면 5~7년 내 회수가 현실적이다. 보은·괴산·영동처럼 인접 지자체끼리 공동으로 에너지협동조합을 구성하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신청하면, 지역 단위 독립 에너지 거래 체계를 갖추는 것도 가능해졌다.

장기적으로는 송전 인프라 확충을 기다리는 선택지도 있다. 동해안~수도권 HVDC는 2026년 준공 목표, 서해안 HVDC는 2036년 계획이다. 인프라가 완성되면 현재 포화된 계통의 여유용량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 이 시점을 염두에 두는 것도 하나의 판단이다.

 

상계처리 막혔다는 통보를 받은 순간은 당연히 막막하다.

근데 이 상황이 분산에너지법 시행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게 우연은 아니다.

계통 포화가 심한 지역일수록 ESS 가중치와 VPP 시장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다.

빨리 움직이는 쪽이 유리한 건 언제나 마찬가지다.

 

 

이 글의 수치와 정책 현황은 2024~2025년 기준입니다. 개별 사업 검토 시 한전 및 전문 컨설턴트의 확인을 권장합니다.